2016. 6. 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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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30

카테고리 없음 2016. 5. 29. 01:41

 친애하는 프리지드 경

 

 드디어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끝을 맺어 싱그러운 새싹들이 돋아나고 어린 새들이 깨어나는 봄날의 아침이 밝았소. 이것으로 우리가 서로 알게 된지도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구려. 나와 그대가 처음 만난 그 여름날을 기억하시오? 무더운 아카데미의 훈련소에서 그대와 검을 겨루었던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었소.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던 그 자리에 당신만큼이나 정직하고 올곧은 검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을 지금도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뇌리에는 선명하게 그날의 추억이 새겨져 있다오. 그대는 학생이었던 그 시절에조차 이미 훌륭한 기사였고, 친우로서도 더할 나위 없을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그대와 마주한 첫 검격 후에 알 수 있었소. 그리고 그를 증명하듯 그대는 언제나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상이었지. 그대는 대륙 내 최고의 기사요. 그 점에 대해서는 이 세상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오. 나는 벗으로서 그런 그대가 자랑스럽소. 그것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진실이고, 또한 나의 진심이오. 내가 그대의 친우라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말이오.

 

 경외하는 친우여. 그대는 결코 우매하지 않으니 내가 서한을 띄운 이유는 진작 깨달았을 것이오. 그대의 스텔라 - 그래, 나와의 우정조차 등지며 선택했던 그대의 아리따운 아내를 그대가 감히 배반했단 소문이 사교계에 퍼진 것 정도는 그대가 흥미를 가지지 않을 일이라 하더라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물론 내가 떠도는 풍문만을 듣고 그대를 추궁하려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라 믿소. 그렇소, 프리지드. 그 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전에 나는 그대의 부인으로부터 한 통의 서신을 받았소. 그 내용은 그대도 능히 짐작할 것이오. 프리지드, 나의 신우여. 원컨대 나에게 서신을 띄울 만치 절박했던, 그대의 가련한 아내의 심정과 그 긴 시간 식어버린 그대의 사랑만을 기다렸을 부인의 아픔을 떠올려보시오. 무심한 당신의 눈빛을 받으며 스러져갔을 그녀의 마음을 말이오. 그러나 프리지드. 그 모든 것들이 담긴 서한을 읽던 나의 머릿속이 얼마나 끔찍하고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찼는지, 그 속내만은 아무리 그대라 하더라도 부디 헤아릴 수 없기를 바라오.

 

 프리지드, 경애하는 나의 친우. 앞서 말했듯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고 그대를 존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대에게 실망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이오. 이 편지가 도착할 즈음이면 당신도 소식을 전해 들었을 것이오. 당신은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대가 전해 들었을 그 소식은 사실이라오. 그렇소. 나는 그대를 칠 것이오. 내가 이길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소. 그대는 이 나라, 아니 대륙 최고의 기사니 말이오. 하지만 프리지드. 그대의 부인의 심장이 찢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겐 지나친 고문이구려. 그 형상을 지켜보며 친우를 배신했다는 괴로움에 가슴을 맡길 바에야 차라리 나는 이 고통을 안고 그대의 검에 영광스럽게 베이는 길을 선택하겠소.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만, 그대의 아내에게 품은 연심은 그보다 지독하다오. 사랑 때문에 신의를 저버리는 나를 어리석다고 일러도 좋소. 그러나 나를 너무 경멸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소. 나는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으니 말이오.

 

 프리지드 패튜어스 드 오거스트. 그대의 아내를 걸고 패트리시안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바이오.

 


 그대의 진실한 벗 칼루스로부터.

 

Posted by Shao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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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전

2016. 4. 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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